“학창 시절 낯을 가리고 수줍음 많던 제가 예능 PD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노력으로 얼마든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답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 ‘1박2일’ 연출자 KBS 나영석(35) PD가 중앙일보가 진행하는 ‘공부의 신 프로젝트’ 명사 멘토링 프로그램의 두 번째 멘토로 나섰다. 평소 예능 PD를 꿈꾸는 나화승(광주 동신여고 2)양과 박혜원(17·홈스쿨링)양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일일 멘토 나 PD를 만났다.
글=설승은 기자 , 사진=황정옥 기자
▶혜원=1박2일은 전 연령층이 두루 좋아하는 것 같다. 나 PD님만의 연출 비법을 알려 달라.
▶나 PD=그렇게 생각한다니 고맙다. 내게 최고의 칭찬이다. 주말 저녁 식사 시간에 방영되는 프로그램은 온 가족이 모여 손녀부터 할아버지까지 모두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 늘 60대인 내 아버지를 떠올린다. 아무리 재미있는 진행 아이디어가 나와도 ‘아버지가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과감히 버린다. 복잡한 진행으로 기교를 부리다 보면 더 큰 시청자층을 놓치게 된다.
▶화승=PD로 활동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다면.
▶나 PD=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사람들 사이에서 구설수에 올랐을 때다. 의도치 않게 ‘백두산 편’에서는 출연진의 흡연 논란이, ‘부산 사직구장 편’에서는 시민들의 경기 관람을 방해했다는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프로그램은 마치 자식과 같아서 잘했든 못했든 비난을 받으면 정말 속상하다. 억울하기도 하고 화도 났지만 꾹 참고 꾸준히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결국 프로그램은 국민들에게 다시 사랑받고 있다. 힘든 일을 만나도 꾹 참고 노력하면 분명 진심은 전해진다.
▶혜원=나 PD의 작품은 예능인데도 감동적일 때가 많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 특집’이 기억에 남는다.
▶나 PD=외국인 노동자 특집을 진행하면서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나서 좋아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며 ‘PD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난 프로그램으로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들고 싶다. 같은 기획도 PD가 가진 가치에 따라 얼마든지 성격이 달라진다. 프로그램을 만들 때 예능 요소가 80%라면 나머지 20%는 감동을 주는 요소를 넣으려고 한다. ‘오지에 여행을 간다’는 기획이 있다면 산에서 굴러 떨어지며 큰 웃음을 주는 쪽과 오지에서 홀로 사는 노인들의 말벗이 돼주는 쪽 중 나는 후자를 선택하는 편이다.
▶혜원=나영석 PD가 말하는 PD란.
▶나 PD=PD가 되기 전에는 방송 프로그램이 PD 혼자만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디어를 내고, 촬영과 편집을 PD가 다 하는 줄 알았다. 오해였다. PD는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라기보다 어떤 아이디어가 좋은지 나쁜지 판단한다. ‘어떤 사람이 어느 분야를 잘 할까’를 고민하며 사람을 적절한 곳에 배치한다. 촬영을 잘하는 사람을 알아봐서 일을 맡기고, 어떤 작가가 글을 더 잘 쓰는지 판단해 중요한 대목을 그에게 맡기는 식이다. PD는 각 분야에 재능이 탁월한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 열린 귀를 갖고 각 파트가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바느질을 하는 사람이다.
▶화승=학급 반장인데 반을 이끄는 게 만만치 않다. PD도 프로그램의 반장 격인 것 같다. 리더십의 비결은.
▶나 PD=리더십의 시작은 남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구성원 모두 동등한 위치라고 생각해야 집단을 조화롭게 이끌 수 있다. 잘 듣는 것도 중요하다. PD라고 혼자 모든 걸 결정하고 자기 의견만 고집하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나는 팀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펼칠 수 있고 누구든 더 좋은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의견을 따르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소외당하거나 마음이 상한 사람들도 따로 더 신경 쓰고 있다. 리더가 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 집단은 깨진다.
▶혜원=예능PD가 정말 하고 싶지만 ‘창의력’과 같은 재능이 부족한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
▶나 PD=재능보다는 ‘열심히 하겠다’는 욕심이 더 중요하다. 난 입사하고 4년이 지날 때까지 ‘직업을 잘못 선택한 것 같다‘는 고민에 시달렸다. 나서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넘치지도 않았다. 특히 예능 PD는 연예인들을 통솔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난 수줍음이 많아 처음에 힘들었다. 하지만 재능에 대한 고민을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고민으로 바꿔 했다. 그 노력으로 지금까지 온 거다. ‘자질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포기하기는 이르다. 재능이 아니라 욕심이 차이를 가져온다.
▶화승=예능 PD라는 꿈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
▶나 PD=‘그냥 예능이 좋다’는 막연한 생각만으로는 PD가 되기 어렵다.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팬’ 수준에서 머무르지 말고 ‘나라면 이렇게 만들겠다’는 생각을 해라. ‘엔딩을 왜 저렇게 했을까’ 같이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며 ‘이렇게 바꾸면 더 감동적인 결말이 됐을 텐데’ 같은 대안을 마련해 보는 식이다. 코미디, 버라이어티, 음악쇼 등 예능 장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혜원=마지막으로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 PD=어느 누구든 나만 아는, 남들과 다른 모습이 20% 정도는 있다고 생각한다. ‘다르다’ ‘튄다’는 이유로 그 20%를 무시하거나 잘라버리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부분이 새로운 생각의 원천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남들과 달라야 경쟁력 있는 시대다. 나만의 ‘20%’를 소중히 여기고 성장시켜 나가라.
글=설승은 기자 , 사진=황정옥 기자
사진촬영에 어색해하던 나영석 PD와 박혜원(왼쪽)·나화승양. 나 PD의 말에 갑자기 박장대소가 터졌다. 박양에게 전해 들은 나PD의 한마디. “오빠가 좋아?” [황정옥 기자]
▶혜원=1박2일은 전 연령층이 두루 좋아하는 것 같다. 나 PD님만의 연출 비법을 알려 달라.
▶나 PD=그렇게 생각한다니 고맙다. 내게 최고의 칭찬이다. 주말 저녁 식사 시간에 방영되는 프로그램은 온 가족이 모여 손녀부터 할아버지까지 모두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 늘 60대인 내 아버지를 떠올린다. 아무리 재미있는 진행 아이디어가 나와도 ‘아버지가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과감히 버린다. 복잡한 진행으로 기교를 부리다 보면 더 큰 시청자층을 놓치게 된다.
▶화승=PD로 활동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다면.
▶나 PD=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사람들 사이에서 구설수에 올랐을 때다. 의도치 않게 ‘백두산 편’에서는 출연진의 흡연 논란이, ‘부산 사직구장 편’에서는 시민들의 경기 관람을 방해했다는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프로그램은 마치 자식과 같아서 잘했든 못했든 비난을 받으면 정말 속상하다. 억울하기도 하고 화도 났지만 꾹 참고 꾸준히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결국 프로그램은 국민들에게 다시 사랑받고 있다. 힘든 일을 만나도 꾹 참고 노력하면 분명 진심은 전해진다.
▶혜원=나 PD의 작품은 예능인데도 감동적일 때가 많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 특집’이 기억에 남는다.
▶혜원=나영석 PD가 말하는 PD란.
▶나 PD=PD가 되기 전에는 방송 프로그램이 PD 혼자만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디어를 내고, 촬영과 편집을 PD가 다 하는 줄 알았다. 오해였다. PD는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라기보다 어떤 아이디어가 좋은지 나쁜지 판단한다. ‘어떤 사람이 어느 분야를 잘 할까’를 고민하며 사람을 적절한 곳에 배치한다. 촬영을 잘하는 사람을 알아봐서 일을 맡기고, 어떤 작가가 글을 더 잘 쓰는지 판단해 중요한 대목을 그에게 맡기는 식이다. PD는 각 분야에 재능이 탁월한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 열린 귀를 갖고 각 파트가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바느질을 하는 사람이다.
▶화승=학급 반장인데 반을 이끄는 게 만만치 않다. PD도 프로그램의 반장 격인 것 같다. 리더십의 비결은.
▶나 PD=리더십의 시작은 남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구성원 모두 동등한 위치라고 생각해야 집단을 조화롭게 이끌 수 있다. 잘 듣는 것도 중요하다. PD라고 혼자 모든 걸 결정하고 자기 의견만 고집하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나는 팀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펼칠 수 있고 누구든 더 좋은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의견을 따르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소외당하거나 마음이 상한 사람들도 따로 더 신경 쓰고 있다. 리더가 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 집단은 깨진다.
▶혜원=예능PD가 정말 하고 싶지만 ‘창의력’과 같은 재능이 부족한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
▶나 PD=재능보다는 ‘열심히 하겠다’는 욕심이 더 중요하다. 난 입사하고 4년이 지날 때까지 ‘직업을 잘못 선택한 것 같다‘는 고민에 시달렸다. 나서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넘치지도 않았다. 특히 예능 PD는 연예인들을 통솔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난 수줍음이 많아 처음에 힘들었다. 하지만 재능에 대한 고민을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고민으로 바꿔 했다. 그 노력으로 지금까지 온 거다. ‘자질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포기하기는 이르다. 재능이 아니라 욕심이 차이를 가져온다.
▶화승=예능 PD라는 꿈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
▶나 PD=‘그냥 예능이 좋다’는 막연한 생각만으로는 PD가 되기 어렵다.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팬’ 수준에서 머무르지 말고 ‘나라면 이렇게 만들겠다’는 생각을 해라. ‘엔딩을 왜 저렇게 했을까’ 같이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며 ‘이렇게 바꾸면 더 감동적인 결말이 됐을 텐데’ 같은 대안을 마련해 보는 식이다. 코미디, 버라이어티, 음악쇼 등 예능 장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혜원=마지막으로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 PD=어느 누구든 나만 아는, 남들과 다른 모습이 20% 정도는 있다고 생각한다. ‘다르다’ ‘튄다’는 이유로 그 20%를 무시하거나 잘라버리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부분이 새로운 생각의 원천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남들과 달라야 경쟁력 있는 시대다. 나만의 ‘20%’를 소중히 여기고 성장시켜 나가라.
나영석 PD는
1976년 충북 청주 출생. “공무원이 돼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연세대 행정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에서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 콘텐트를 만드는 일에 매력을 느끼며 PD의 꿈을 키웠다. 2001년 KBS에 입사해 10년째 예능 PD로 일하고 있다. 나 PD가 연출하는 ‘1박 2일’은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다.